이번 둘째는 첫째와는 다르게 정말 순산하였다.
12/13일 새벽 5시 유도분만 일정을 남겨둔 채, 기도하는 심정으로 일찜 잠에 들었었는데, 그날 새벽 1시 50분쯤 되니 배가 싸르르한 것이 예사롭지가 않아 부랴부랴 준비하여 3시쯤 병원에 도착하였다. 약 3-4분 간격으로 진통이 찾아오고 있었다.
나는 병원 데스크앞에서 진통을 참지 못해 무릎을 꿇고 아파하고 있었고, 그동안 남편은 간단한 수속을 했다. 곧바로 휠체어가 준비되었다. 병실에 도착해 간호사가 내진을 하여보니 자궁 문은 이미 6센티가 열려있었다.
황급히 채혈을 해서 혈소판을 재어보니 89가 나왔다. 첫째 윤형이 때는 40정도가 나와서 무통주사를 맞지를 못했었다. 일반적으로 100이 넘어야 무통주사를 맞게 허락해 준다는데, 다행히도 그날 근무하시는 의사선생님께서 나에게 무통주사를 주실 수 있다고 했다.
마취과 의사선생님이 수술실에 있는 관계로 1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으셔서 기다리는 동안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솔직히 말하면 첫째 윤형이 때보다 그 진통은 훨씬 참아낼 만한 것이었다.
척추에 맞는 무통주사의 고통 따위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무통주사를 맞는 순간 그동안 나를 힘들게 하던 고통은 온데간데 없었다. 다리 사이에 베개를 껴고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배에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호출을 하란다. 약 한시간 쯤 지나니 배에 강한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10센티가 다 열렸다고 했다.
푸쉬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내 안에 있는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너무 잘 하고 있다며 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들이 나를 격려해 주셨다. 15분 쯤 지났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윤진이가 내 품에 안겼다. 드디어 만났다! 이렇게 수월하게 윤진이를 만났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고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
12월 13일 오전 7시 18분에 태어난 2.75kg의 여자 아기.
이름은 최윤진, Christ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