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2일 금요일

[생후 11일~20일] 도우미 아주머니 없이 홀로

5/4 월요일 (생후 11일) 도우미 아주머니 없이 홀로

도우미 아주머니는 이제 우리집에 오지 않으시게 됐다.   
아주머니를 모셨음에도 아기보는 일을 내가 전적으로 도맡아 해야 할 때가 많았다. 고용을 하나 안 하나 나는 어차피 같은 수고를 하게 될 것이므로 얼른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좋은 선택일까 하는 생각도 아주 많이 들었지만, 결국엔 그리 결정했다. 미역국을 12 봉지 끓여 냉동해 놓고 나니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했다. 친정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당장이라도 미국에 날아오실 것이다.ㅎㅎ 

일단 잠시간 선의의 거짓말을 하도록 해야겠다. 



초보엄마의 좌충우돌 육아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5/5 화요일 (생후 12일)  악몽을 꾸는 듯한 윤형이 

신생아도 꿈을 꾸는 걸까? 밤 10시 쯤 윤형이가  자다가 갑자기 난데없이 목청 높여 두어 번 울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한 번도 큰 목소리로 운적이 없던 윤형이였기에, 남편과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다가 5분 뒤 한 번 더 울기에, '혹시나 분유를 많이 먹어서(80ml) 배가 아파서 우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며 안아 달래주니 금새 찡긋 웃으며 다시 사르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 

남편과 저녁에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는데 그걸 들었던 윤형이가 혹시나 악몽을 꾼 것은 아니었는지.. 우리 윤형이 우는 목소리가 그렇게 구슬피 들릴 줄은 몰랐다. 혹여라도 우리 사랑스러운 윤형이가 목소리 높여 우는 날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였다.


 앱스토어에서 fotor 라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만들어본 윤형이 사진 콜렉션 



5/7 목요일 (생후 14일) 윤형이가 아픈 날 
오늘은 WIC 예약이 있는 날이었다. WIC은 미국에서 저소득층 산모와 아기를 대상으로 식료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 우리 가족은 유학생 가족으로서 남편이 학교에서 연구비로 받는 수입이 그 기준에 해당되어 혜택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동안은 산모 기준으로 우유, 곡물류, 치즈, 쥬스 등을 제공받았었는데, 이제는 품목이 약간 바뀌었고, 더불어 아기를 위한 분유도 제공받을 수 있었다. 

오늘은 윤형이를 데리고 첫 외출을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WIC 오피스의 프로세스가 느려 추운 건물에서 약 2시간 가량 머물렀기 때문인지, 윤형이가 집에 와서 추운 기색에 기침을 하고 토를 하는 등 한참을 아파했다. 겨우 밤쯤 되어서야 안정을 취하고 잠에 들 수 있었다. 

급성장기에 다다랐는지 2시간에 한번씩 분유를 찾고, 그 양은 90ml에 이르기 시작했다. 

5/8 금요일 (생후 15일) 나의 몸살기운 & 윤형이 배꼽 떨어지다  

거지꼴을 한, 나..ㅋㅋㅋ

어제 추운 건물에 있어서였는지,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고 몸살감기 기운이 있었다. 편도선이 붓고 두통이 있어서 타이레놀을 먹었다. 밤중에 남편이 윤형이를 봐주어서 3-4시간 연속으로 잠을 잤는데도 여전히 머리가 무거웠다.

윤형이의 배꼽이 톡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배꼽을 잘 보관했다가 아이에게 물려주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그냥 버렸다. 미국에서는 배꼽이 스스로 말라 떨어질 때까지 목욕을 권장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윤형이가 많이 찝찝했을 것이다. 내일은 남편과 함께 윤형이의 첫 목욕을 시켜보려고 한다. 

윤형이를 안고 있는 남편의 모습



5/9 토요일 (생후 16일) 윤형이의 첫 목욕 
생후 16일만에 처음으로 머리를 감는 윤형이.
얼마나 그동안 가려웠을까? 

한국에서는 배꼽이 떨어지기 전에라도 목욕을 시킨다고 하던데, 
여기 미국 병원에서는 감염 등의 위험 때문에 배꼽이 완전히 떨어진 이후이 목욕을 권장하고 있어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우선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윤형이를 욕실 안에서 씻기기로 했다. 아기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 가제 손수건, 아기샴푸, 수건, 카메라 등을 준비했다. 


Youtube에서 봤던 것처럼 먼저 윤형이의 머리를 샴푸한 후, 탈의를 시켜 목과 몸통 부분을 닦아주고, 하체를 물에 담궈 씻겨주었다. 처음에는 놀란 듯 울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첫 목욕이라 태지가 굉장히 많이 떨어지는 듯했는데 너무 오래 씻기면 안될 것 같아 금방 헹궈내어 주었다. 

목욕 도중엔 소변을, 목욕을 갓 마친 후엔 대변을 봐서 목욕의 복잡도를 아주 높였지만 뽀송해서 만족해 하는 우리 윤형이를 보니 마음이 아주 뿌듯하였다. 

엄마, 목욕시켜줘서 넘넘 고마워요 
목욕을 한 뒤 뽀송해져 만족하는 윤형이



5/10 주일 (생후 17일) 남편의 특별 저녁 요리
남편이 차려 준 나를 위한 산후조리 식사.
그런데 할라피뇨는 왜 구운 거니...ㅋㅋ

남편이 요리를 해주겠다고 하길래 나는 부엌을 전적으로 남편에게 맡긴 채 윤형이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평소 남편이 할 줄 아는 요리는 라면뿐이었으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이 완성한 음식은 연어 스테이크, 아스파라거스와 버섯 구이, 어린 시금치 샐러드였다. 우리 남편에게 이렇게 멋지게 차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게 아주 놀라웠다. 

연어도 꽤나 잘 구워지고 야채의 익힘 상태도 훌륭했다. 가정적인 아빠로의 변신인가? 남편의 새로운 모습에 많이 놀랐고 행복한 하루였다.  



5/11 월요일 (생후 18일) 이틀만의 두 번째 통목욕
오늘은 이상하게도 낮시간에 윤형이의 활동 시간(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활동 시간에는 윤형이가 너무 자주 분유를 찾기 때문에 위에도 적잖이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밤중에 토를 하여 내 옷도 젖고 윤형이 옷도 젖고, 몸은 땀과 토로 찐득하여졌다.

그래서 생후 두번째 통목욕을 실시하게 됐다. 낮에 남편이 한양마트에서 윤형이에게 딱 맞는 사이즈의 대야를 2개 사왔다. 하나는 씻기용, 하나는 헹굼용이다. 이를 이용해서 윤형이의 머리를 감기고, 세수를 시키고, 속싸개로 싼 윤형이를 물에 입수시켜 구석구석 몸을 잘 닦아주었다. 물의 온도가 알맞았는지 윤형이는 단 한번도 울지 않고, 마치 즐기는 듯(?)했다. 

윤형이는 금새 뽀송해진 몸에 만족하는 듯 사르르 잠에 들고 말았다. 뽀얀 천사야, 예쁜 꿈 꾸며 잘 자려무나. 

(한나가 밤에 예쁜 장미꽃을 가져다주다) 


한나가 졸업 리사이틀 때 받았던 꽃 중
가장 예쁜 꽃을 나에게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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